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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2016년 2월 17일~

“나 쉬는 중이야”

“I’m on break.”

  • 제목 Title

    주토피아

  • 작가 Author

    리치 무어

  • 이름 Name

    플래시 슬로스모어

  • 생년월일 Date of Birth

    2016년 2월 17일

  • 출생지 Place of Birth

    아마 주토피아?

  • 거주지 Address

    주토피아

  • 관계 Relationship

    능청스러운 사기꾼 붉은 여우 닉 와일드와는 고교 동창 사이고, 프리실라가 옆자리 동료.

  • 직업 Occupation

    포유류 차량국 (DMV, Department of Mammal Vehicles) 소속 공무원, 창구 담당.

  • 특이사항 Special Note

    의외로 별명이 ‘날쌘돌이’. 알고 보니 시속 185km의 슈퍼카를 몰 정도로 스피드광. 번호판 넘버가 FST NML, 즉 “Fast Animal”의 약자다.

  • 공식사이트 Official site

    https://www.disneyanimation.com/projects/zootopia

  • Species

    갈색목세발가락나무늘보

“나무에 매달려 사는 느림보”라는 뜻에서 ‘나무늘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영어 이름도 슬로스(Sloth)로, ‘나태’라는 뜻인데,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름도, 모두 다 느리다는 의미다. 마치 TV의 정지 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나무늘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상에서 제일 느린 동물이다. 얼마나 느리면 몸에 이끼가 낄 정도. 마치 발톱이 후크 선장의 갈고리같이 생겨서 나무에 매달릴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경주 얼굴 무늬 수막새”같이 온화하고 인자한 인상이 특징. 하루에 무려 35cm 정도 움직인다는 세계 야생동물기금의 제보가 있는데, 실은 이게 다 적은 근육량과 너무도 느린 신진대사 탓이라는 후문이다. 놀랍게도 하루에 나뭇잎 3장이면 충분히 배부르다고. 보전 상태는 멸종 위기 등급 관심 대상(LC)이다.

“내 생일 파티에 나무늘보가 참석한다고?!”

지금 문밖에 나무늘보가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와 있다면, 어떨지 상상이 될까? 누구보다도 ‘크리스틴 벨’이 그 기분을 잘 알 것이다. “함께 눈사람 만들래?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라고, <겨울 왕국, 2013>에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방문을 두드리며 안나의 목소리를 맡았던 크리스턴 벨은 자신의 31번째 생일날, 깜짝 놀라고 만다. 그녀의 남편이 상상도 못 할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 평소 대놓고 자신을 ‘나무늘보 성애자’라고 덕밍아웃하던 크리스틴의 생일파티에 진짜 나무늘보를 초대한 것이다.

엘런 쇼 중 캡쳐

크리스틴은 누구나 유명해지면 한 번씩은 꼭 나온다는 TV 프로그램 ‘엘런 쇼’에 출연해, 3시간 동안 나무늘보 ‘멜란’과 함께한 감격스러운 생일 파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너무 신나고 좋아서 급기야 울음까지 터뜨렸다는 그녀. 그런 그녀의 나무늘보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추격전을 선보인 디즈니의 또 다른 야심작,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2016>에서 나무늘보 ‘프리실라’ 역의 성우로 깜짝 등장한 것이다.

영화 주토피아

“예스? 플래시?”

크리스틴의 대사라고는 단 두 마디가 전부였지만, 그녀는 적은 비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리실라의 목소리로 출연할 것을 흔쾌히 결정했다. 그녀는 이 일이 자기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며, 프리실라 역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도대체 크리스틴이 푹 빠진 나무늘보의 매력은 대체 뭘까?

영화 주토피아

아마 영화 <주토피아>를 본 사람이라면, 크리스틴이 나무늘보의 어떤 매력에 푹 빠졌는지 고개를 절로 끄덕일 것이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 어울려 사는 환상의 도시, ‘주토피아’. 어느 날, 주토피아에 의문의 포유류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토끼로는 최초로 주토피아의 경찰이 된 주디 홉스는 36시간 안에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플래시가 여기서 제일 빨라! 말 떨어지기 무섭게 끝내지.”

영화 주토피아

주디는 사기꾼 출신의 빨간 여우 닉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차량번호를 조회하기 위해 포유류 차량국을 방문한 주디는 몹시 당황하고 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주디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광경에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이 더 크게 휘둥그레진다. 동시에 관객들도 주디를 따라서 눈을 비비게 된다. 우리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세상이 느려진 건가? 아니면 필름이 잘못된 건가? 놀랍게도 세상이 느려진 것도, 슬로모션이 걸린 것도 아니다. 다만 나무늘보들이 잔뜩 앉아서 창구 업무를 보고 있었을 뿐.

세상에 도장 하나 찍어주는 것도, 서류에 스테이플러를 찍거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에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니! 한 박자도 아니고, 두 박자, 아니 세 박자 이상 느린 나무늘보들의 행동에 우리는 어떤 말도 이어 나갈 수가 없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나무늘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태연하고 여유롭다. 그러니 일분일초가 아쉬운 주디의 속만 탈 뿐이다.

“ What…. Can – I. …… Do. … For…… You…. To…day……?”

영화 주토피아

마치 자동응답 서비스가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포유류 차량국에서 번쩍이는 빛의 속도(?)로 업무를 처리하기로 유명한 ‘플래시’의 친절한 육성 안내 멘트다. 죽마고우 닉이 “날쌘돌이”라고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플래시가 빠른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플래시는 신속하지는 않아도, 발음과 일  처리에서만큼은 아주 정확하다.

다만, 플래시의 말에는 언제든 끼어들어 속사포 질문을 쏟아 놓을 수는 있을 정도로 여백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 그게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다. 어찌 됐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면, 플래시의 말이 다 마칠 때까지 우리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나무늘보라서 빨리 못 할 거라는 거야?” _ 닉

대게 행동이 느린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좋지 못하다. 특히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는 느린 것을 좀처럼 견디지 못한다. 고구마를 200개 먹은 것처럼 속이 터지겠다고 답답해한다. 또 왠지 모르겠지만, 느리다는 이미지에는 굼뜨고 게으르다는 편견이 함께 따라다닌다. 그런데 느리다는 게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걸까?

온 세상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보이는 남자가 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주인공 여장부는 어렸을 때부터 동체 시력을 가지고 태어나 세상이 느리게 보인다. 시력 때문에 달리기만 하면 쓰러지는 탓에 그는 늘 천천히 걸어야 한다. 비록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 장부의 걸음은 더디고 느리지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자세히 볼 수 있다.

“다들 너무 빠르고 바쁘게 산다. 내가 보듯이, 가끔은 느리게 흐르면 좋을 텐데.” _ 영화 <슬로우 비디오>

youtu.be/lbUKuVIUgxw

플래시는 나무늘보라서 느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래시가 무능하다거나, 일을 대충 하고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반면 세상은 빠르고 바쁘게 돌아간다. 그 속도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무엇이든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은 것 같다. 마치 시간이 돈과 생명으로 여겨지는 영화 <인 타임, 2011>에서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시간에 쫓겨 빠르게 살아가듯 말이다. 무언가라도 빨리하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고, 결국에는 이 대열에서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염려가 마음속에서 우리를 항상 빨라야 한다고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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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에게 ‘날쌘돌이’ 플래시의 등장은 쉼표처럼 아주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을 선사한다. 플래시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과 긴 여운을 남기며,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표범은 표범대로, 나무늘보는 나무늘보대로 자기에게 주어진 속도가 있고,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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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_ 장기하와 얼굴들 <느리게 걷자>

너무 빠르게만 달려와 숨이 턱 끝까지 찼다면, ‘나무늘보가 되자’고 주장하는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의 말처럼, 나무 아래서 한 템포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장기하와 얼굴들이 노래하듯 속도를 늦춰보는 것도 좋겠다.

나무심기

ja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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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이란 꿈을 가지고 산다. 아무래도 집 없는 서러움이 큰 탓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벌고, 은행에 돈을 빌려서라도 내 집을 장만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 사람에게는 지친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가 꼭 필요하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집이 있어야 하듯, 나무늘보는 안식처가 되어주는 나무가 없으면 못 산다. 안타깝게도 나무늘보의 서식지인 숲이 사라지고 있다. 해마다 7,000 평방 킬로미터의 숲이 불법 토지 개간과 무분별한 벌채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나무 아래(Below the Canopy)’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후부터 약 35%의 산림 동물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 동물들의 터전인 숲이 점점 사라져 가면서, 그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터전의 위협이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인데, 나무늘보의 경우는 조금 더 심각하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다른 동물과 달리 나무늘보는 벌채하러 온 화전민이나 트럭을 재빠르게 피할 수 없어 누구보다도 생존의 위협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것이다. 내 집, 내 터전이 중요하듯, 다른 이의 삶의 공간도 소중한 것 아닐까? 나무늘보에게는 더욱 많은 나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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