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inger
since 2000년 6월 23일~
“문제가 뭔지 알아요? 진짜 철조망은 여러분 머릿속에 있다는 거예요.”
“You know what the problem is? The fences aren't just round the farm, they're up here- in your heads.”
제목 Title
치킨 런
작가 Author
클레이 애니메이션 <윌로스 앤 그로밋>을 만든 닉 파크, 피터 로드
이름 Name
닉 파크가 어린 시절 키운 반려 닭의 이름을 따온 ‘진저’
생년월일 Date of Birth
2000년 6월 23일
출생지 Place of Birth
잉글랜드 요크셔
거주지 Address
트위드의 농장의 17호 닭장에서 살다가 치킨 생츄어리로 이사
관계 Relationship
서커스를 뛰쳐나온 하늘을 나는 닭 ‘록키’와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처럼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이는 사이, 매번 진저의 탈출 계획을 알아채고는 막아내는 미스터 트위디와는 천적
직업 Occupation
트위드 팜의 우두머리자, 양계장 탈출 작전의 리더
특이사항 Special Note
땡그란 두 눈에 짙은 초록색 비니 모자를 쓰고 목에 두른 꽃무늬 스카프가 시그니처 룩
공식사이트 Official site
https://www.dreamworks.com/movies/chicken-run
종 Species
닭

머리에는 티아라처럼 생긴 새빨간 볏을 쓰고, 노란 부리 아래에 ‘육수’라 불리는 늘어진 턱살을 가진 닭. 꿩과에 속하는 닭은 날개가 있으면서도 하늘이 아닌 땅에서 살아가는 조류다. 새장에 갇힌 새가 나는 법을 잃어버리듯, 닭장에 갇힌 닭은 나는 법을 잃어버렸다. 기원전 3000~4000년경부터 닭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 가축으로 길러지면서 몸도 무거워지고, 천적을 피해 도망 다닐 일이 없어졌기 때문. 날아야 할 이유를 모르는 새의 날개는 퇴화할 수밖에 없다. 닭은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류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도축 당하는 가축이다.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600억 마리 이상, 한국은 10억 마리 이상이 도축된다고 한다.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는 적과 싸울 때 주 무기로 활용한다. 매서운 눈초리만큼 싸움 실력이 보통이 아닐뿐더러 겁이 없고 용감하기로 유명하다.
“Easy as pie.”
우리말에 “식은 죽 먹기”라는 속담이 있다면, 영어에는 “Easy as pie”가 있다. ‘파이’는 죽처럼 서양에서 아주 대중적인 음식이다. 보통은 호두 파이나 애플파이 같은 달달구리 디저트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영국에서는 의외로 파이를 한 끼 식사로 즐긴다. 페이스트리 반죽 안에 볶은 고기와 야채를 가득 채워 넣고, 오븐에 굽는 영국식 파이는 펍(Pub)이나 마트, 레스토랑, 길거리 등 영국 어디를 가든 아주 흔히 볼 수 있다. 전 세계에 먹을 것 없기로 소문난 영국이지만, 영국식 파이는 영국을 대표하는 간판 음식이자, 소울푸드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영국식 파이는 스테이크 파이, 치킨 파이, 피쉬 파이, 키드니 파이, 셰퍼드 파이, 코니시 페스티 등 속 안에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닭고기가 들어간 치킨 파이는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저녁 식탁에 자주 올라가던 메뉴였을 만큼 영국인들이 애정하는 식단이다.
“적자에서 벗어나고 싶나요? 양계장을 금광으로 만듭니다!”

그래서일까? 잉글랜드 요크셔에 위치한 트위디 농장의 악덕 주인 트위디 부인은 치킨 파이 기계 광고전단을 보자마자 치킨 파이를 만들어서 떼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매번 적자를 모면하지 못하니까, 달걀을 파는 것보다 치킨 파이를 만들어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트위디 부인의 무시무시한 계획은 자유를 꿈꾸며 자나 깨나 양계장 탈출을 시도하던 치킨계의 잔 다르크 진저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을 질질 끌었다가는 모두가 치킨 파이가 될 절체절명의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말이다.

나치 수용소처럼 암울한 트위디 농장의 유일한 수탉 파울로 아저씨가 ‘꼬끼오’하고 울며 아침을 알리면, 닭들은 아침 인사 대신 서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달걀 몇 개 낳았어?”

왜 닭들은 ‘모닝!’, ‘좋은 아침이야.’이라는 인사를 놔두고, 달걀의 개수를 궁금해하는, 지극히 사적인 질문을 아침에 하는 걸까? 그건 바로 이가 달달 떨리는 동시에, 저릿저릿 오금이 저리는 공포의 점호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디 부인은 점호 시간에 주기적으로 농장의 암탉들이 알을 잘 낳고 있는지, 달걀의 개수를 점검한다. 문제는 그 검사가 검사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불행하게도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은 곧바로 도살장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
그렇게 진저의 친구들이 저세상으로 떠났다. 닭장에서 태어나 자유라고는 눈곱만치도 없고, 평생 기계처럼 알을 낳다가 더는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닭들의 생애가 눈물 나게 가여울 뿐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햄릿처럼, 알을 낳든지, 아니면 죽든지, 벼랑 끝에 선 닭들의 삶에 조금의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

“바깥엔 분명 멋진 세상이 있어요.”
하지만 진저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계속해서 담장 너머의 세상을 꿈꿀 뿐이다. 닭장을 탈출하겠다는 계획이 번번이 실패해 독방에 갇힌다 해도, 친구의 죽음 앞에 눈물은 흘릴지언정, 절망하지 않는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보며 진저는 철장을 넘어 언젠가는 꼭 도망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한다.
농장을 탈출할 또 하나의 새로운 작전을 계획한 진저는 오밤중에 닭들을 17번 닭장으로 모은다. 닭들이 아주 조직적이라는 미스터 트위디의 안목은 아주 정확했다. 닭들은 미스터 트위디의 감시를 피해 아주 일사불란하게 17번 닭장으로 모여든다. 그런데 진저는 그렇게 넘으려고 했던 닭장의 담장보다 진짜 더 높은 장애물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정신 차려! 우리가 탈출할 가능성은 100만분의 1이야.”
울타리를 넘어서 도망가자는 진저의 계획이 허술했던 것일까? 아니면 진저가 꿈꾸는 바깥세상 자체가 허무맹랑했던 것일까? 닭털 나고서 단 한 번도 양계장을 벗어나 본 적 없는 닭들에게 사료도 없고, 농장 주인도 없는 무릉도원 같은 세상은 도무지 그림이 안 나온다. 닭들에게는 차라리 울타리 안에서 평생 알이나 낳다가 기름 솥에 빠져 죽는 게, 그저 내 팔자려니 하며 사는 게 마음이 편한 것이다. 그러니 담장을 넘어가자는 진저의 말에 시종일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닭들의 생각대로 타고난 팔자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트위디 농장보다 더 끔찍하고 지옥 같기로 악명이 높은 감옥이 있다. 허락 없이는 화장실에 발을 들일 수 없을 정도로 억압이 심한 쇼생크 교도소, 온갖 폭력과 부정이 난무하는 쇼생크의 죄수들도 절망스러운 건 피차일반이다. 그러나 무기징역수 앤디의 생각은 달랐다. 한때는 잘나가는 은행원이었던 앤디는 억울하게 살인죄 누명을 쓴 죄수다. 한순간에 추락한 운명에 대해 얼마든지 자포자기할 수 있었을 테지만, 앤디는 닭이 알을 품듯, 십수 년 동안 희망을 오롯이 품어나간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예요. 아마 가장 좋은 것일 거예요.”
희망이 가장 좋다는 앤디의 믿음대로, 그는 끝끝내 쇼생크 탈출에 성공한다. 아무도 닭들이 날아서 담장을 넘을 거라고 생각 못 했듯, 앤디 역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유를 찾는다.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쇼생크 탈출, 1994>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우리를 격려하는 듯하다.
“우린 여기서 날아서 탈출하는 거야.”

처음에 날아서 닭장을 탈출하자는 진저의 말을 모두가 비웃었다. 하지만 진저의 간절한 소원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날기 위해 체력단련을 하고, 부지런히 연습에 매진했던 진저와 닭들은 아주 기발한 방법으로 푸른 창공을 자유롭게 날게 된다.
인생이 빛 한 줌 없는 터널 가운데 있다고 느껴지는 절망의 순간, 진저처럼 울타리 안의 현실이 아닌, 담장 너머의 세상으로 우리의 시선을 옮겨보자. 언젠가는 반드시 그곳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마음에 품어보는 것은 어떨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사는 그런 상상을 말이다.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시원하고 푸른 풀밭을!”
진저의 희망사항은 결국 그녀를 저 푸른 초원으로 인도했다. 먼저 우리 머릿속의 철조망부터 뛰어넘는다면, 결코 희망이 우리를 배신하지 못할 것이다.

대안 찾기

www.dispatch.co.kr
알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의 최후를 알고 있는가? 해마다 전 세계 인구수와 맞먹는, 40억 ~ 60억 마리에 달하는 수컷 병아리가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살 처리된다. 이 수컷 병아리들은 갓 태어나자마자 산채로 분쇄기에 넣어지거나 가스를 이용해 처분된다. 끔살(끔찍하게 살해당하다의 줄임말.)도 이런 끔살이 없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거리낌 없는 관행으로 자리 잡은 양계업계의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뚜렷한 대처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연방행정법원은 양계업체 2곳이 노스라인 베스트팔리아주(州)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화 전 성별을 감별할 방법이 마련될 때까지 이 비극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살인이 합법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은 지난해 12월, 독일 업체 ‘셀레그트’는 라이프치히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달걀 성별 감별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해, 빠르면 내년쯤 도입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세상에 빛도 보기 전에 성감별을 통해 선택적 부화를 한다는 것도 정말 인도적 차원의 해결방안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