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ter rabbit
since 1902년 10월~
“그래도 두 가지 점에서 아직 희망이 있어.”
“But there are two hopeful circumstances.”

제목 Title
피터 래빗 이야기
작가 Author
동물과 환경을 사랑한 환경운동가이자 작가, 삽화가인 베아트릭스 포터
이름 Name
작가의 토끼 친구(Bunny pal) 피터 파이퍼의 이름을 따온 ‘피터 래빗’
생년월일 Date of Birth
1902년 10월
출생지 Place of Birth
영국
거주지 Address
맥그리거 씨네 텃밭 뒤편 숲, 많고 많은 토끼굴 중 전나무 뿌리 밑 가장 모래가 많은 굴
관계 Relationship
토끼 담배를 파는 모친 조세핀 래빗 부인.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여형제들 플롭시, 몹시, 코튼 테일. 사촌 벤자민 버니, 삼촌 바운서, 이름을 다 알 수 없는 일곱 명의 조카들.
직업 Occupation
무직
특이사항 Special Note
티스푼으로 한 숟가락 정도의 캐모마일 티가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공식사이트 Official site
https://www.peterrabbit.com
종 Species
굴토끼(유로피안 토끼)

그물처럼 여러 개의 땅굴을 파고 살아서 ‘굴토끼’라 불리고, 유럽피안 토끼라고도 함. 먹잇감을 찾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생의 대부분을 땅을 파는데 매진하는, 살아있는 굴착기의 표본이라 볼 수 있다. 항상 비상구를 마련해 놓을 정도니, ‘생활의 달인’에 굴파기 달인으로 출연할 정도로 뛰어나나, 심장과 폐가 작아 장거리 뛰기는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산토끼보다 뒷다리와 귀가 짧아서 굴을 파는데 아주 유리하다. 멸종위기 등급은 ‘취약 근접’이나, 멸종위기 단계로 진입하기 직전이니 안심할 수 없다.
“여자라서 참 슬픈 세상인데 난 오늘도 이 무대 위에서 웃으며 크게 노래 불러요.” _ 심수봉 ‘여자라서 웃어요’
오늘 우리가 여자라서 슬픈 세상을 살고 있다 한다면, 과거의 여인들은 여자라서 우리보다 더 슬프고, 한탄스러운 세상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여자라서 할 수 없는 일들, 하면 안 되는 일들이 지금보다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좋은 가문의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이 훌륭한 여성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에 세상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세상이란 무대 위에 웃으며 크게 노래 부르던 한 여인을 소개해볼까 한다.

그녀가 바로 동화 <피터 래빗 이야기>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베아트릭스 포터다. 1866년, 런던의 켄싱턴, 빅토리안 시대에 방적 공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상류계층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난 탓에, 남동생이 기숙학교에 보내질 동안 그 당시 부잣집 딸들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포터는 제한적이고,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는 게 참 다행이다. 그랬다면 독창성이 사라졌을 것이다. Thank goodness I was never sent to school; it would have rubbed off some of the originality.” _ Beatrix Potter
하지만 그녀는 학교에 가지 못한 것을 불평하는 대신 좋은 기회로 받아들였다. 일찍이 그림에 재능을 보이던 포터는 가정교육 속에 자연과 동물에게서 무한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이로부터 전 세계 어린이들의 베드 타임 스토리의 영원한 파트너이자, 캐릭터 산업의 오리지널이라 말할 수 있는 ‘피터 래빗’의 이야기가 출발한 것이다.


“얘들아, … 맥그리거 씨 텃밭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 네 아버지는 멋모르고 거기 들어갔다가 맥그리거 부인의 파이가 되었단다.”


<피터 래빗 이야기>는 맥그리거 부인 덕에 졸지에 과부가 된 래빗 부인의 경고로부터 출발한다. 래빗 부인이 너무 끔찍해서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예까지 들어가며 주의를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맥그리거 씨의 텃밭은 아주 싱싱하고 맛있는 상추, 콩, 순무, 파슬리 등 먹거리가 풍성해 매혹적이지만, 언제든 순식간에 토끼 파이 신세가 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엄마 말을 잘 듣는 피터의 누이들, 플롭시, 몹시, 코튼 테일은 곧장 블랙베리를 따러 갔으나, 그런 경고 따위 안중에도 없는 장난꾸러기 피터는 맥그리거 씨의 텃밭으로 직행한다. 그다음에 피터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피터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굳이 다시 꺼내지는 않겠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만큼이나 스펙터클 했던 피터의 일탈은 여파가 컸다. 얼마나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던지 입맛까지 싹 잃은 피터는 누이들이 저녁을 맛있게 먹는 동안, 겨우 캐모마일 티 한 스푼으로 놀란 속을 달랜다. 그러나 피터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호되게 당했으면, 의기소침해질 만도 한데, <벤자민 버니의 이야기>에서 사촌 벤자민과 함께 또 다시 맥 그리거 영감의 텃밭에 가고 만 것이다.

인생이란 놀랍다. 사고뭉치로 영영 철들지 않을 것만 같던 피터도 철이 들다니!
맥그리거 씨의 텃밭에서 채소를 훔쳐 먹던 말썽꾸러기 피터는 어느새 결혼도 하고, 작은 텃밭도 일구며 살아간다. 사촌 벤자민과 결혼한 누이 플롭시에게 양배추를 나눠줄 정도로 속도 깊어지고, 다른 토끼들이 저녁 공기를 즐기고 있을 때도 민들레를 뜯을 정도로 부지런해진다.
그러다 피터의 눈부시도록 빛나는 성장을 확인하는 한 사건이 <토드 씨 이야기>에서 펼쳐진다. 고약한 오소리 ‘토미 브록’에게 일곱 명의 조카가 잡혀간 것이다. 우선 피터는 아이들을 잃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벤자민을 향해 “벤자민, 좀 진정해. 어느 쪽으로 갔는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라며 안심시킨다. 내가 알던 피터가 이 피터가 맞나 할 정도로, 피터는 듬직하게 벤자민을 이끌고 아기 토끼들의 행방을 쫓아간다. 그뿐인가? 철부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고비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기지를 발휘해내니, 참 무엇이든 오래 두고 볼 일이다 싶다.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_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
끝까지 가봐야지만 알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미국의 로버트 맥메스는 1960년대부터 취미로 매년 출시되는 신제품을 모았다. 점점 신제품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7만 점 가까이 모이자 ‘신제품 작업소(New Product Works)’란 곳을 만든다. 여기서 맥메스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자신이 모은 신제품의 80% 이상이 실패작으로 판명 났던 것이다. 어쩌다 보니 기업들의 흑역사가 집대성된 신제품 작업소는 기업가들에게 ‘실패작의 성지’로 알려지면서, ’실패 박물관(The Museum of Failed Products)’로 탈바꿈하게 된다. 기업가들은 실패 원인을 공부하기 위해 이곳에 몰렸고, 실제로 1990년대 사라진 ‘크리스탈 펩시 콜라’는 기존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였던 향을 보완해 2015년 한정판으로 다시 한번 출시되기도 했다. (출처_스브스스토리)

포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가이자 동식물 학자로서 활동하는데 수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피터 래빗 이야기>를 책으로 나오기까지 6곳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고, Kew 왕립식물원에 입학 거부를 당하고, 논문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게재할 수 없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그런데도 포터는 작품과 연구 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출간조차 하기 어려웠던 한 권의 책이 23권의 시리즈로 발간되기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철부지 토끼가 성숙한 어른 토끼로 자라난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포터는 자신의 삶이 그러했듯, ‘피터 래빗’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실수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한탄 중에도 삶은 계속된다. 실망할 일은 늘 있지만, 견디다 보면 언젠가 비극은 끝나기 마련이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우직하게 자기만의 길을 걸어갔듯 우리 끝까지 걸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마주보기

The dodo
과연 기린과 토끼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래그 캄마 게임 공원의 소유주 아이샤 칸토는 딸 타마린과 함께 운전 중에 석양 사이로 아름답게 목을 아치로 구부리고 있는 기린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얼마 후, 왜 기린이 그런 자세로 있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기린의 발밑에 검은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있는 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두 부녀는 이 토끼가 곧바로 가축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더욱이 기린의 움직임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기린의 옆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토끼의 대담한 모습에 한 번 더 놀랐다. 기린 역시 토끼를 향해 킁킁거리기도 하고, 코를 비비기도 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교감하는 이상한 두 친구 사이를 45분간 지켜보던 칸토는 “자칼이나 카라칼 같은 포식자가 있음에도 토끼가 아직 야생에서 생존해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기린이 친구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안심하고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생김새와 사는 곳은 달라도 우정을 나누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 듯하다. 기린과 토끼 친구처럼 상대와 눈을 맞춰보고, 마음의 문을 열어 교감해보는 건 어떨까?
기사 출처 : The do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