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ss in Boots
since 1697년~
“주인님, 조금도 걱정하지 마세요. 제게 자루 하나와 장화 한 켤레만 가져다주세요.”
“Don’t worry, Master, just give me a sack and a pair of boots.”

제목 Title
장화 신은 고양이
작가 Author
샤를 페로
이름 Name
아무도 그의 이름은 모른다. 다만 우리는 그를 ‘장화 신은 고양이’로 기억할 뿐
생년월일 Date of Birth
1697년
출생지 Place of Birth
-
거주지 Address
어느 부유한 오우거의 아름다운 성
관계 Relationship
만화가 노예 1호 집사 ‘존’과 노예 2호 강아지 ‘오디’
직업 Occupation
방앗간 집 셋째 아들의 유일무이한 재산이었다가, 주인의 수행 비서로 본격 데뷔. 그를 카바라 후작으로 만들어 왕의 사위로 만들더니 끝내 자신은 대영주가 됨
특이사항 Special Note
취미가 생쥐 사냥이었으나, 대영주가 된 후로는 재미 삼아서 뒤쫓는 것 말고는 관둠. 킬러 임에도 불구하고 별이 쏟아질 것같이 영롱하고 커다란 눈동자로 슈렉과 관객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며 <슈렉 2> 에 등장하더니, 단숨에 주연 자리를 꿰차며 스핀오프 버전의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 2012>로 제작됨
공식사이트 Official site
없음
종 Species
스코티시 필드

앙증맞게 접힌 귀와 호소력 짙은 눈망울을 가진 심쿵 유발자, 스코티시 폴드 고양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코틀랜드 양치기에 발견되었고, 귀가 접힌 외모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스코티시 폴드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시조는 수지 할머니로, 사실 귀가 접힌채 태어난 돌연변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교배하기 시작했고, 수십 년간 여러 교배를 거쳐 지금의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근친교배의 결과로 쳥력 문제나 귀 기형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영국협회에서는 정식 품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순진무구하고도 청순한 표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애묘인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고양이가 또 어디 있겠어? – 영화 <슈렉 2, 2004> 중 슈렉 대사”
눈에 띄는 활약으로 주인공보다 미친 존재감을 뽐내는 조연들이 종종 있다. 많은 분량의 역할을 차지하지는 않아도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런 캐릭터를 우리는 ‘씬 스틸러(Scene Stealer)’라 부른다. 얼마나 독보적이면, ‘씬 도둑’이라는 별명을 붙였을까?
‘씬 스틸러’라 한다면 당장 번개처럼 우리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빠져들 수밖에 없는 눈망울 하나로 ‘씬 스틸러’계의 역사를 새롭게 쓴 고양이 한 마리를 소개하고 싶다.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2>에서 초록 괴물 슈렉의 마음을 빼앗고, 한 장면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버린, 킬러 ‘장화신은 고양이, 퍼스’다.


이 ‘장화 신은 작은 고양이’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번 보면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어마무시한 매력의 소유자다. 등장부터 심장을 강탈하는 눈빛 애교를 스크린에 뽐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해버린 것은 물론이다. 주인공 슈렉을 압도하는 강렬한 존재감과 폭발적인 인기로 단번에 스타가 됐고, 결국 번외편 격인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장화 신은 고양이, 2012>를 제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작은 고양이의 인생길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환대를 받으며 화려한 꽃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 옛날 옛적, <슈렉>의 ‘겁나 먼 왕국’이 있던 그 시절일까? 주인마저 하찮게 여겨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하마터면 고양이 고기가 될 뻔한 운명이었던 고양이가 시그니처 아이템인 장화와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게 된 데에는, 눈물 없이는 들 수 없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

“형들은 함께 어울리며 번듯하게 살겠지만. 나는 고양이 고기를 먹고 나면… 굶어 죽게 되는 거지 뭐.”
한 청년이 탄식에 빠져 있었다. 방앗간 집 막내아들이었던 그는 특별한 직업도, 이렇다 할 재주도 없고, 가진 것이라고는 고양이 한 마리가 전부인 딱한 신세였다. 고양이는 방앗간과 당나귀, 고양이가 재산의 전부였던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물려준 유일한 유산이었다.
형들은 방앗간에, 당나귀를 가져갔고, 누가 보더라도 형편없는 자기 몫에 스스로 기가 차고, 코가 찼던 막내아들은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며 절망에 빠진다. 그런데 갑자기 이 고양이가 두 발로 서더니 성큼 성큼 걸어오는게 아닌가! 게다가 흰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유명한 대사처럼, 자루 하나와 장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고 막내아들을 설득한다.
한낮 고양이일 뿐인데, 자루 하나와 장화 한 켤레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생긴 청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양이의 청을 들어준다.

“주인님, 제 조언에 따라 행동하신다면, 행운을 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고양이의 꾀 덕에 쥐뿔도 없던 방앗간 집 아들은 어느새 ‘카라바 후작’이 되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뿐인가? 엄청난 재산을 가진 성주가 되고, 왕의 사위까지 단숨에 신분 업그레이드된다. 똑똑한 고양이를 둔 덕분에 말 그대로 ‘영 앤 리치’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고양이는 영물이라더니, ‘말하는 대로’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다니 말이다.
그 누가 방앗간 집 막내아들에게 이런 로또 당첨과도 같은 서프라이즈가 펼쳐질 거라고 예상했을까? 본인조차도 몰랐다. 다만 고양이가 하라는 대로 따랐더니, 행운이 줄줄이 엮인 비엔나소시지처럼 절로 굴러들어왔다. 만약 그가 낙망한 채로 포기했다면, 아마 우리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영영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유레카! 보잘것없는 고양이의 탁월한 재발견이었다.


“[구인 광고] 스파이를 모집합니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의 스즈메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기어코 특별함을 찾아낸 사람 중 하나다. 스즈메는 우연히 100개의 계단에서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스파이’ 구인 광고를 발견한다. 이후로 그녀는 신참 스파이가 된다. 마타하리나 코코 샤넬처럼 빼어난 미모를 가지지도,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얼굴이 기억날까 말까한 그저 평범한 주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두근두근 가슴 떨리는 스파이 스즈메의 첫 미션은 바로 ‘잠복근무하기’. 즉,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평범한 것이란 무엇일까? 해외로 파견근무를 나간 남편을 대신해 매일 거북이 밥을 주는 것이 유일한 이벤트일 만큼,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스즈메. 지극히 평범한 그녀가 평범하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마는데, 이상하다. 매번 해오던 그 일이 그 일 같지 않고 재밌고 신이 난다. 또 뭔가 자신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아니, 이게 무슨 마법이람?
존재감 없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한 주부의 독특한 스파이 활동을 다룬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보잘 것없는 일상에서도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스즈메의 스파이 첩보작전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주인님, 곧 알게 될 거예요.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시는 그 몫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요.”

어쩌면 인생이란 어릴 적 자주 먹던 과자 ‘칸쵸’ 상자 안쪽에 항상 붙어있던 ‘숨은그림찾기’ 놀이의 확장판 같은 것은 아닐까? 한눈에 속속들이 다 보이지는 않지만, 곳곳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선물이 이스터 에그처럼 숨겨져 있는 것 말이다. 그러니 당장 눈에 안 보인다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무궁한 상상력을 가동하면서 인생의 ‘숨은 그림 찾기’를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화 신은 고양이가 자신에게서 대영주의 자질을 발견하고, 방앗간 집 막내아들에게서 카라바 후작의 미래를 보았듯 말이다. 우리가 시시하게 생각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것들이 알고보니 조개가 감추고 있던 진주 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상상하고 찾아보자. 쓸모없는 것들의 반란을!

쉼터 찾아주기

국립공원의 들고양이 / 국립공원단 news.kbs.co.kr
최근 도심지 국립공원이 들고양이 개체 수 증가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들고양이들이 새, 개구리, 다람쥐뿐 아니라 희귀동물까지 사냥하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 그뿐만 아니라 고양이 울음소리에 놀라거나 음식을 빼앗긴 탐방객들의 민원도 늘고 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들고양이의 번식을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사냥의 실패율을 높이는 ‘새 보호 목도리’를 들여오는 한편, 들고양이들이 주거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탐방로에서 먹이를 주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대응이 동물 학대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들고양이의 번식을 막고, 서식지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먹이를 주지 않는 것만이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걸까? 현재 확인된 전국 국립공원 내에 서식하고 있는 들고양이의 수는 322마리로, 대부분이 반려동물로 도입된 외래종 유기묘들이다. 2018년, 지난 한 해 동안 구조된 유기 고양이만도 2만 7천여 마리. 이 숫자가 도심 주변 국립공원의 들고양이 개체수가 증가한 것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유기되는 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지 못하면 들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려는 국립공원공단의 노력은 수포로 되고 만다. 국립공원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 유기되는 들고양이들의 수를 줄이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기사 출처: KBS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49433&re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