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OKICHI
since 1994년 7월 16일 ~
“살 숲이 없어지다니!”
“”
제목 Title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작가 Author
다카하타 이사오
이름 Name
쇼키치
생년월일 Date of Birth
1994년 7월 16일
출생지 Place of Birth
지브리 스튜디오
거주지 Address
도쿄 인근의 타마산
관계 Relationship
‘쌍둥이 대작전’의 파트너 키요와 폼포코 33년 봄에 짝짓기 하여 결혼하여 네 아이를 낳음
직업 Occupation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내레이터이자, 샐러리맨
특이사항 Special Note
인간만큼 용의주도한 온건파 너구리, 인간을 모조리 없애버리자는 곤타와 달리, 인간을 조금은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신술의 귀재로, ‘요괴 대작전’이 폭망하자, 사람으로 둔갑하여 인간 세상 속에 숨어 살게 된다
공식사이트 Official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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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Species
너구리

개그맨 김수용 저리 가라 할 만큼, 눈 주변의 짙은 다크서클과 오동통한 볼살이 매력 포인트인 너구리. 변신술에 능한 너구리가 체력 소모 때문에 피로가 눈가에 모인 것이라는 썰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라쿤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종이다. 너구리는 개과, 라쿤은 라쿤과 이다. 주로 꼬리의 무늬로 두 종을 구별할 수 있다. 라쿤은 꼬리에 줄무늬가 있고, 너구리는 없다. ‘보노보노’의 너부리가 바로 ‘라쿤’이다. 너구리는 탐스러울 정도로 흑갈색의 풍성한 털을 가지고 있어서, 그 가죽이 모피로도 사용된다. 털이 많아 잘 안 보이지만 다소 살집이 있어 움직임이 둔한 편이다. 그 때문인지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삼십육계 줄행랑’ 말고 ‘죽은 척하기’ 전법을 쓴다. 일각에서는 죽은 척이 아니라 놀라서 기절한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경계심이 적고, 사납지 않은 성격 탓에 인간과 교류가 많은 야생동물에 속한다고. 최근 서식지 파괴로 도심 생태계로 공존 유입되고 있다. IUCN 적색목록 등급은 “관심 필요(LC)”
“어느 날, 종묘에 손님이 찾아왔어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당시 종묘는 조선의 뿌리와도 같은,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 태조 이성계는 한양을 수도로 점 찍자마자, 제일 먼저 종묘를 지었을 정도였다. 사극에서 신하들이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옵소서!”라고 목이 터져라 외친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선조들의 숨결이 종묘에 살아 숨 쉰다고 믿었으니, 얼마나 귀하고, 신성한 곳이란 말인가? 종묘는 왕조차도 함부로 거닐 수 없을 만큼 근엄한 장소였다.

그 성스러운 장소에 어느 날, 귀여운 손님이 불쑥 나타났다. 들어는 보았나? ‘종묘 너구리’라고. 종묘에 깜짝 등장한 오동통한 친구들의 이야기는 1997년 KBS 자연 다큐멘터리 <종묘 너구리>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무도 초대장을 보낸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너구리들이 제 발로 종묘를 찾아왔다. 슬금슬금, 제집 드나들듯 종묘를 드나들던 너구리들은 어느 순간부터 아예 엉덩이를 비집고 눌러앉아 살기 시작했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야생 동물 보기가 하늘의 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서울 한복판에 야생 너구리 출몰이라니,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이 녀석들 갑자기 어디서 뿅! 하고 나타난 걸까? 사실 이들의 고향은 원래 북한산이었다. 산지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간들이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버리는 바람에 너구리들은 집을 잃어버렸다. 먹잇감을 구하러 산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 너구리들은 어느새 종묘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숲이 파괴돼 갈 곳은 잃은 너구리 이야기라,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맞다! 도쿄에 사는 너구리들도 비슷한 사연으로 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수장 미하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1994>의 이야기다. 어찌 보면 종묘 너구리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실사판인 것이다.

“’타마’ 지역 너구리는 한밤중에 ‘만복사’라는 절에 모였다!”
폼포코 31년 가을, 일본 정부에서 도쿄에 보다 많은 거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타마 뉴타운’ 계획을 세운다. 살기 좋은 주택가를 건설하기 위해 인간들은 산을 뒤집어엎다시피 한다. 아주 전무후무한 대개발 사업이었다. 택지가 개발되고,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니 인간들은 덩실덩실 춤을 출 일이지만, 타마산에 멀쩡하게 잘살고 있던 너구리들에게 다소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헐벗은 산을 보며 너구리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진다. 살 숲이 없어지다니! 땅은 자꾸 좁아지고, 너구리 밀도가 높아지고, 먹이는 구하기 힘들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애꿎은 너구리들끼리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너구리끼리 싸울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당장 긴급 대책이 필요했다. 너구리들은 오밤중에 만복사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주구장창한다.


결국 너구리들은 보금자리를 뺏어간 인간과의 땅따먹기 전쟁을 선포한다. 전원 참전해서 승부를 보기로 만장일치 합의를 본 것이다. 너구리들의 필승 전략은 두 가지, 5년 동안 인간을 연구하고, 오랫동안 금지했던 ‘변신술’을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든 변신할 수 있어.”

일본 설화에서 너구리는 여우와 함께 변신술에 능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너구리가 머리에 나뭇잎을 얹고 88개의 변신을 할 수 있다는 ‘너구리 요괴 전설’이 바로 그것이다. 폼포코의 너구리도 조상 대대로 변신술의 귀재였다. 물론 모든 너구리가 변신을 잘하는 것은 아니므로, 훈련이 필요했다. 너구리들은 곧장 변신술 달인 너구리를 초빙해 특강까지 받는다.
훈련의 결과는 아주 탁월했다. 너구리들은 축구공부터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변화무쌍하게 변신을 해낸다. 자, 이제 재주를 써먹어볼 일만 남았다. 너구리들은 변신술을 이용한 게릴라 작전으로 ‘뉴타운 건설 개발”을 방해한다. 과연 “인간 격퇴 작전”에 나선 천진난만한 너구리들은 이 미친 개발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인간을 쫓아내자!” VS “조금 남겨 두 자!”
사실 너구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강경파 너구리 ‘곤타’는 인간을 모조리 싹 다~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먼저 너구리 땅을 침범한 건 인간들이었으니까! 반면 폼포코 너구리의 대변인 ‘쇼키츠’는 “이대로 싸우는 게 맞는가, 아니면 이대로가 나은 걸까”하고 햄릿처럼 고민한다. 아무리 변신술로 인간을 물리친다 해도 개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지독한 인간들은 멈출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너구리 vs 인간! 그 끊임없는 땅따먹기 싸움은 지겹도록 계속됐다. 누가 봐도 너구리들이 쫄리는 싸움이지만 말이다. 하긴 불도저랑 포클레인으로 떼로 밀고 들어오는데 이겨낼 장사가 누가 있을까 싶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너구리들은 사분오열로 갈라진다. 곤타는 곤타대로, 쇼키츠는 쇼키츠 대로의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게 된다. 곤타는 목숨을 건 저항을 했고, 쇼키츠는 인간으로 둔갑해 인간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담 변신할 줄 모르는 너구리들은 어쩐담? 그런 너구리들은 가엽게 인간의 눈을 피해 쓰레기장을 전전하며 살 게 된다.

“산은 우리의 터전이라고 맘대로 없애지 마시오.”
숲이 망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아마 너구리뿐 아니라 모든 동물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 너구리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평화롭게 살고 있던 너구리들이 인간의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위해 난데없이 거리로 내몰렸다. 한번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아니 그럴 것도 없다. 사실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집 없는 자의 서러움을 말이다.
개발이 다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개발은 필요하지만, 산을 깎고, 건물을 짓고, 골프장을 만드는 모든 일에 인간만 혼자 신났다는 게 문제다. 신이 맨 처음에 세상을 만들었을 때는 함께 잘 지내보라고 만드셨을텐데. 어쩌다 인간과 너구리가 서로 땅을 가지고 싸워야만 하는 사이가 된 걸까? 함께 어울려 잘 사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는 없었던 걸까?

“너구리야, 너구리야 같이 놀지 않을래~!”
한 편의 동화 같은 성장 영화 <우리들, 2015>에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누나랑 동생이 대화하는데, 동생이 친구랑 싸우다 얻어맞은 이야기를 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누나가 말한다. “바보야, 걔가 다시 때렸으면 너도 때렸어야지!”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자 동생은 “그럼 언제 놀아? 연우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우가 때리고.. 나 그냥 놀고 싶은데!”라고 대답한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땅을 지키려는 너구리와 땅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싸움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항하는 너구리들의 포복절도한 모습을 보고는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렇게 지겹게 싸우기만 하면, 언제 같이 놀 수 있는 걸까?

“너하고 나는 친구 되어서 사이좋게 지내자!”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 나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삐까뻔쩍한 건물, 하늘을 뚫을 듯 높이 솟은 마천루 만이 살기 좋은 세상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너구리랑 토끼랑 맛있는 것 나눠 먹고, 서로 돕고 지내는 그런 세상은 어떤가? 충분히 살기 좋은 세상 아닌가!
싸움은 이제 제발 그만! 동물들과 함께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사이좋게 지내기로 꼭! 꼭! 약속해보자.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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